멜로 대가 허진호 감독은 기존에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주던 오롯이 이야기를 통해 작심이라도 한 듯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내부에 전달되는 감정을 음악을 통해서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급스럽게 들려오는 현악기, 그러나 날카롭고 무서운 멜로디는 흐트러지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 그래도 사회의 허리라고 생각하는 그 어떤 계층의 불안을 드러냅니다.
- 평점
- 10.0 (2024.10.16 개봉)
- 감독
- 허진호
-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홍예지, 김정철, 최리, 유수빈, 변중희, 안예림, 이지현
과연 사람을 죽인 자식의 죄를 덮을 것인가? 아니면 죄 값을 치르게 할 것인가? 남의 문제에서 언제나 냉철하게 이익의 편에 섰던 설경구,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었던 장동건과 김희애
이를 증명하려는 듯 장동건은 아들 시호를 데리고 경찰서까지 데리고 가지만 결국 문을 열고 들어서서 자수를 시키지는 못합니다. 또 그런 동건을 뛰어서 쫓아오는 김희애의 모습에서 이기적으로 바뀐 그녀이지만 엄마로서의 절박함도 동시에 느껴지며 공감이 됩니다.
자신의 아이를 재우는 수현, 내가 혜윤이 엄마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진짜 순수하게 혜윤이 걱정만 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 모두 걱정을 하는 건지 설경구에게 혜윤이랑 터놓고 이야기해본 적 있는지 묻는 수현의 모습은 과연 정말 무엇인 자식을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아이의 어릴때 모습부터 성장 사진을 보는 희애. 술을 마시는 동건. 시호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희애. 또 신고한다고 하면 남편을 죽이겠다는 희애는 "당신이 살린 애들이 몇 명이고, 좋은 일도 많이 했으니 그래도 된다"라고 말하며 장동건에게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이 말에 상당히 동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서로를 탓하는 아이들, 쪽팔리더라고 말하는 시호. 성당과 교회를 나가겠다는 아이들. 감자칩으로 십자가를 만드는 시호와 십자가 앞에서 괴로워하며 우는 동건, 그러다 누군가 들어오자 들키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모습은 이야기 속으로 몰입되던 감정을 잠시 떨어져서 보게 하는 여유를 주기도 합니다.
여전히 어떤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은 이 영화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즉 온전히 자신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 만으로는 답을 낼 수 없는 것이 결국은 우리 보통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런 영화를 통해 무엇이 옳은 것인지 느껴보라는 것이죠.
영화 속 인물 설경구는 자신의 변호로 살인을 저지른 재벌 2세가 최소한의 도리도 지키지 않는 모습에서 모멸감과 억눌려 있는 자신 안의 평범한 선한 마음의 충돌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영화를 대면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심리적인 변화와 같겠죠. 그리고
아무 일 없듯 TV 보고 먹는 혜윤에게 "요즘 힘들지"라고 묻는 수현에게 웬 관심이냐며 무시하는 혜윤. 너무나 아무 일 없는 듯한 혜윤에게 화가 나서 TV를 끄는 수현의 행동은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죠.
결국 수현과 다툰 후 혜윤은 처음으로 그녀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욕을 입 밖으로 내 뱉으며 나가 버립니다. 설경구에게 혜윤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괜찮냐고 묻는 수현, 그게 애를 위한 거냐고 묻고 솔직히 우리 모두가 가지는 감정을 이야기하죠.
여보, 난 혜윤이가 무서워
솔직히 이게 모든 이야기의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내 자식이라서 내 가족이라서 죄를 덮어버렸을 때, 누구나 그런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것이 용서일까요? 그것이 진짜 자식을 위한 것일까요? 내로남불로 남을 욕하고 나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언젠가 그런 선택은 역으로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도 있습니다.
사람을 죽여놓고 너무나 태연안 혜윤이 처음으로 긴장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대학합격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그나마 죄책감과 자식의 죄로 인해 죽은 미안함에 초라한 노숙자의 빈소를 찾아간 설경구에게 전화로 합격의 기쁨을 전하고 선물 이야기를 꺼내는 딸, 그런 딸에게 노숙인의 죽음알 알리지만 "그럼 된 거 아냐?"라고 말하는 딸에게 설경구가 느꼈던 감정은 아마도 자기 자식이지만 괴물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두 아이가 진짜 자기 아이를 귀여워하며 돌보는 모습을 보며 수현은 움찔합니다. 과연 어떤 부모의 선택이 진짜 옳은 것인지 느껴지는 대목이죠.
교통사고 피해자 아이가 위급 상황이 되고 수술을 하는 장동건은 그나마 그 아이가 살았다는 것을 설경구에게 알립니다. 넌 너의 일을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죠.
시호와 야구를 하며 장동건 역시 자식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네가 잘못했다는 것을 모를까 봐 가장 무섭다"는 동건. 시호는 알고 있으며 자신의 무서움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이 눈물이 결코 진실된 반성이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즉 적당한 용서로써 제대로 된 배움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죠. 충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자기는 다른 아이들에게 그것보다 더 세게 맞아도 죽지 않아 그 정도로 죽을지 몰랐다고 말하며, 어떡해야 할지 묻는다. 소년원에 가야 하는지 걱정하지만... 자신의 안위보다. 부모에게 창피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호
결국 장동건은 애써 그 용서가 진실한 것이었음을 자기 합리화하고, 설경구 역시 죽은 노숙자의 노모를 찾아서 창을 열고 돈뭉치를 던져 넣는 것으로 애써 그들의 죄책감을 씻어버리려고 합니다.
결국 CCTV를 통해 아이들을 감시하던 설경구는 아이들의 진심을 듣게 되죠. 그리고 그 모습은 악마 그 자체라고 해도 될 만큼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현명한 결정과 가장 어리석은 결정 (결말 포함)
이제 영화는 나름의 답을 내리고자 합니다. 다시 시작된 식사 자리에서 혜윤이 입학을 축하한다며 건네는 포도주에 설경구는 후배 검사와 통화를 했고 아이들은 아마도 폭행치사로 기소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하는 희애와 그토록 정의로운 신념을 지켜가던 동권은 오히려 형에게 오히려 정의의 사도라도 되려냐고 비난을 합니다. 그런 동생에게 자신의 딸 혜윤을 자수를 시킬 거라고 말하죠.
사람이 사람을 죽여놓고
그냥 넘어간다는 게
아이들을 위한 일이냐?
혜윤이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아이들이 CCTV에서 아무 죄의식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지는 설경구, 그러나 그것을 보고서도 마치 자신의 신념을 바꿀 수 없다는 듯 거칠게 부정하는 장동건과 김희애 부부는 이제 보통의 관념을 넘어서서 비정상적으로 느껴집니다.
깨어진 식사자리, 그리고 영화는 마치 처음 재벌 2세가 난폭운전에 항의하던 시민을 받아버린 것처럼 형을 차로 받아버립니다. 이 최악의 선택에 입을 틀어막는 희애와 슬퍼하는 수현의 모습은 대비적입니다.
자식을 위한다던 부모의 선택은 결국 스스로와 그 모든 가족들의 관계도 파괴시켜 버리는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과 함께 마무리되며 가족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이 나오며 엔딩은 우리 내 보통의 삶에 만약 이런 일이 끼어든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질문과 대답, 그러나 다시 생각하게 되는 보통의 가족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원작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쩌면 점점 이기적이며 공동체가 무너져 가는 세상, 뒤틀린 10대들의 모습이 과연 그 아이들 만의 잘못일까? 부모의 책임을 묻지만 결국 당사자가 되면 과연 어떨까?
물론 다수의 상식적인 분들이 더 많지만, 무엇이 진짜 자식에 대한 사랑인지 고민스럽게 만드는 여러 진상 부모들의 모습, 급기야 학교의 선생님이 이런 부모들의 민원에 자살을 하는 사태들을 우린 쉽게 접하게 됩니다.
꼭 부모로서의 선택뿐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들과 논의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 지금 당장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피해자, 혹은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영상미, 음악등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아도 적절하게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며 만든 '보통의 가족', 여러분도 한 번 보시고 과연 어떤 고민과 답을 내리시는지 자신을 한 번 보게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실 겁니다.
이로써 3편에 걸친 보통의 가족의 리뷰를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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