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을 그리며 (N.EX.T)
- 아티스트
- 넥스트
- 앨범
-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 발매일
- 1970.01.01
우리나라에 수많은 뮤지션 중에 가장 위대한 한 사람을 뽑자면 나는 망설임 없이 '신해철'을 거론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한 번 내려봐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감정을 건드리는 '감동'을 얘기하는 것이 가자 우선일 것입니다. 음악의 기원이 무엇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누군가 흥얼거렸던 것이 최초의 음악일 수도 있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의 일정한 울림이 누군가에게는 비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의 처음보다 중요한 것은 왜 계속 행해지고 있느냐겠죠. 즉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 '감동'이죠.
1. 음악은 언어다.
언어란 각기 사물이나 행동, 형태등의 의미에 소리를 대입한 것이죠. 그것이 구조화된 문법을 통해 결합되어 정보를 포함합니다. 정보는 현실을 인식하게 하고 예상하게 하며 추론하는 도구로 이용됩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행동에 있어서 합리성보다 오히려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습니다.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은 진화론적으로 가장 나중에 발달되어 있는 뇌의 구조입니다. 간단히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파충류도 진화적 관점에서는 상당히 고도화된 존재죠.
아주 단순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아메바나 유클레나와 같은 생명체에 뇌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놀라운 것은 이들도 서식 환경이 척박할 때는 공포와 혼란과 유사한 행동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편도체를 통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생존을 위한 메커니즘입니다. 파충류 이전에 뇌라고 부를만한 무엇인가는 배제하고 그 파편적 신경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진화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부터의 회피였을 겁니다.
그러니 감정이란 보다 고도화된 생명체에게 즉각적 행동을 불러일으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직관적인 '사고'이며, 음악은 고유의 진동을 통해 인체에 전달되고, 청각신호를 통해 사고를 거칠 필요 없이 감정을 자극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어떤 음악이 더 뛰어나다 못하다를 평하는 것이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인생 전반에 있어 나에게 가장 큰 위로와 동기를 부여한 음악가는 단연 '신해철'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2. 철학과 전공자 다운 삶의 고찰
신해철씨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MBC 대학가요제를 통해서이며, 당시 '무한궤도'라는 스쿨밴드로 해성과 같이 등장했지요. 그의 음악은 기존의 대학가요제에 등장했던 그 어떤 음악보다 파격적이면서도 웅장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밴드가 급조된 밴드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당시 신해철 씨는 대학가요제 출전을 위해 여러 연주자들을 모았고 그리하여 서강대 철학과였던 신해철(보컬, 기타), 서울대 인류학과이던 조현문(신시사이저), 연세대 토목학과의 조형곤(베이스), 서울대 치의예과의 김재홍(신시사이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인 정석원(피아노), 연세대 토목학과의 조현찬(드럼)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학벌에서는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명문대생 연합의 캠퍼스 밴드였던 거죠
당시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는 신인가수의 등용문의 역할을 했으며, 꼭 그것이 아니라도 '그대에게'는 지금도 사랑받을 만큼 어찌 보면 아주 클래시컬한 대중음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명곡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발매된 1집에서 또 하나의 명곡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는 흔한 대중가요의 사랑타령이 아닌 '죽음'에 대한 인간 삶의 의미를 노래한 가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곡이었죠.
무한궤도는 신해철과 이동규의 만남으로 이어져 N.EX.T의 씨앗이 되었으며, 정석원 역시 015B라는 이름으로 동생 장호열과 함께 대한민국 음악사에서 독특한 실험을 통해 대중음악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큰, 거대한 두 줄기의 지류를 만들어 낸 낸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ROCK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신디사이저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electro Sound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신해철이 이후 만들어낸 여러 음악들이 록을 기반으로 한 전자음악이라면, 정석원은 015B를 통해 보다 클래시컬한 전자음악을 지향했죠.
특히 신해철이 만든 곡들은 음악자체가 가지는 우수함 외에도 가사에서 보여주는 철학적인 삶에 대한 심미적 고찰은 저마다 살아가며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저자인 저에게도 그의 음악은 학창시절을 비롯해 청년기까지,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거나, 힘이 되어주는 그런 것이었죠.
3. N.EX.T 1집
솔직히 저는 게임음악에 빠져있던 시절이 많아서 신해철의 음악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좀 느끼한 느낌의 외모 역시 아~,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닌지라 사실상 고교시절 그의 음악을 좋아했을 망정, 신해철이란 인물에 대한 매력은 전혀 느끼지 못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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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 1970.01.01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다는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N.EX.T가 아니었다면 글쎄요. 신해철 씨가 저에게 주는 영향은 그리 많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N.EX.T 1집의 '도시인'과 '인형의 기사'를 듣는 순간, 와우~ 그 시절에 느낀 도파민 터지는 그 충격감이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1집은 ROCK에 보다 electric sound를 강하게 먹였으며, 그렇다고 어느 쪽이라고 딱히 정할 수 없는, 장르적으로도 그냥 NEXT의 음악이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할 만큼 실험적이었습니다.
그 팀명처럼. (New EXperiment Team) 실험적인 곡들과 그럼에도 대중적 감각을 전혀 잃지 않는 명곡들. 자신의 고민과 삶을 가사로 녹여낸 시적이라 할 만큼 훌륭한 가사들.
랩이 대중화되지 않던 시대에 '아침에 우유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로 시작하는 시도는 신해철 만이 구사할 수 있는 랩이라 할만하며, 테크노적인 비트와 베이스 속에서도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로 시티팝적인 느낌, 전자기타로 이끌어 내는 록적인 강렬함까지. - 도시인은 이토록 실험적이면서도 그토록 대중적 사랑을 크게 받았던 곡이었죠.
NEXT 2집에서 더욱 파격적인 실험이 시작되었죠. 바로 헤비메탈적인 강렬한 사운드. 하지만 여기에는 그리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NEXT 1.5집이라 할만한 넥스트의 드러머였던 '이동규'의 솔로앨범 NEXT MAN이 있습니다.
신해철, 이동규, 정기송이 온전히 참여한 곡으로 작곡자로 기타를 친 정기송 씨의 역할이 무척 큽니다. (아래 영상을 틀어 들으시면서 글을 읽어주시면 더 좋을 것입니다.)
1.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2. 색즉시공 공즉시색 - 3. 소시민들의 사회 이렇게 3곡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NEXT 초기 맴버들이 만들어 낸 결정판이라고 할 만큼 너무 좋습니다. 특히 신해철 씨보다 기타였던 정기송 씨의 작곡이 많습니다.
이것을 들어보면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흡수성이 좋은지도 느껴지는데, 여러모로 NEXT의 곡 스타일에 정기송이 끼친 영향이 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신해철, 이동규, 정기송 초기 멤버로 몇 곡이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가장 N.EX.T 다웠던 앨범 1집과 NEXT MAN.
4. 헤비메탈로 돌아오다.
아직도 친구가 NEXT 2집을 사들고 와서 같이 들으며 처음 내뱉었던 말을 기억합니다.
이거 완전 헤비메탈인데
껍질의 파괴도 무척 충격적이었지만, '이중인격자'는 완전 메탈 사운드며, 창법 역시 메탈의 그것이었죠. 기존의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Rock 음악을 했었다는 사실도 사실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치 부처의 깨달음처럼 아!. 이 사람 음악 Rock이구나라고 깨달케 만든 앨범이었죠.
아마도 그가 솔로 활동 등으로 보여준 이미지가 선입견 같은 것을 구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중인격자를 듣는 순간 그의 모든 음악이 rock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죠. 2집은 part1, part2 둘 다 버릴 게 없다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 아티스트
- 신해철
- 앨범
- 넥스트 신해철 Reboot Yourself
- 발매일
- 1970.01.01
1집의 경우 '아버지와 나'의 경우는 처음엔 좋았지만, 좀 지루한 부분이 있어서 건너뛰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2집은 일단 틀었다 하면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곡처럼 쭈욱 들어야만 속이 후련한 느낌이었죠.
물론 멤버들은 중간에 바뀌었고,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신해철의 만남은 또 다른 시너지를 창출하게 만들었죠.
이후 4집 라젠카 세이브 어스는 Animation 주제가로 사용된다는 것에서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전체 곡에서 이전과 같은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딱 하나 마지막 곡 Hero만큼은 무척 감동적으로 와닿았던 곡이었죠.
오히려 복면가왕의 하현우 씨를 통해 4집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는 더 새롭게 재조명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보컬로써 신해철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그의 저음은 역대급이라고 할만하며 그 만의 특유의 음색과 감성이 있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합니다만, 고음에 있어서는 추구하는 바와 본인의 역량의 괴리가 느껴지죠. (물론 초창기 그런 고음도 내지 못하던 그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으로 그런 실력을 쌓아 올렸는지는 단지 그가 재능에 기댄 천재가 아닌, 노력하는 천재임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상 4집을 이후로 팀의 해체를 선언했었고, 신해철은 솔로로, 멤버들은 노바소닉이라는 길로 나뉘었으며, 시간이 지난 이후 다시 5,6집을 새로운 멤버로 교체되며 곡을 내놓았지만, 이전처럼 모든 곡에서 매력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 NEXT의 진정한 맛은 3집까지.
앨범이 하나의 곡으로써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한국에 몇 되지 않는 밴드 N.EX.T의 신해철.
다음 시간에는 그가 N.EX.T 이후 걸었던 솔로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