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01. 당신이 부모라면?

시스나인 2025. 1. 4. 19:35

뒤늦게 '보통의 가족'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에 여러 차례 리메이크가 되었던 외국 영화 '더 디너(The Dinner)'의 한국판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처음 이탈리아에서 1998년에 만들어졌던 이 영화는 앞서 이야기했듯 지금껏 원작을 포함하여 총 4차례 영화화 되었습니다.

 

지금껏 1998 이탈리아, 2013년 네델란드, 2014년 이탈리아, 그리고 2017년 미국, 이렇게 총 4번으로 그만큼 괜찮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영화겠지요?. 저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아서 오롯이 한국판을 통해 평가를 할 수밖에 없지만 꽤나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냅니다.

 
보통의 가족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리고 매사 완벽해 보였던 이들은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데… 신념을 지킬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그날 이후, 인생의 모든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평점
10.0 (2024.10.16 개봉)
감독
허진호
출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홍예지, 김정철, 최리, 유수빈, 변중희, 안예림, 이지현

 

제목인 '보통의 가족'은 the dinner라는 원작의 제목을 한번 뒤틀어 꼬은 것으로 가족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보통의 가족이라는 인상, 이른바 식구라는 개념을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결코 보통의 가족은 아니지만, 한 편으로 우리 내면에 숨겨진 보통 즉, 보편적 모습일 수 있다는 뉘앙스인 것이죠 

 

특히 감독인 '허진호' 감독의 경우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평가 받으시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에 있어서 굉장히 강하신 분이죠. 원작과 다른 리메이크에 대해 모르기에 허감독님의 독창성은 알 수 없으나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굴직한 배우 네 분들이 이끄는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 과연 당신이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보통의 우리가 가질 보통의 가족의 선택은?

 

간략한 줄거리

줄거리에 앞서 등장 인물이 무척 중요합니다. 일단 두 명의 형제가 있습니다. 재완(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지수(수현 분), 이 둘은 재혼을 한 사이입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우연히 떡집을 운영하는 지수(수현)를 만나 재혼을 하였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혜윤(홍예지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도 갓 낳은 유아가 1명 있죠.

 

동생인 재규(장동건 분)는 연상인 연경(김희애 분)과 부부사이며, 그 둘 사이에는 시호(김정철)이라는 아들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형 재완 - 설경구 / 지수 - 수현 // 혜윤(딸) - 홍예지

동생 재규 - 장동건 / 연경 - 김희애 // 시호(아들) - 김정철

좌측 부터 재완, 지수, 연경, 재규 (출처 : 포스터 편집)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앞으로 호칭은 출연진의 이름을 기준으로 적도록 하고, 각 아이들은 성별로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유명하신 국민배우들이기에 그것이 인물의 이해를 직관적으로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조금 낯설어하실 분이 지수역의 배우 수현 씨죠?, 이 분도 꽤나 연기 경력이 오래되었으며 무려 마벨의 '어벤저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서 헬렌 조로 나오기도 하셨던 분이시죠.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인데, 비교적 출연작들이 많지가 않습니다.

어벤져스2 한장면 (출처 : 딴지 일보)

 

이 보통의 가족의 특이점은 형 설경구는 돈이면 누구든 변호하는 (그것이 설사 살인자라고 해도) 변호사라는 것이며, 동생 장동건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직업적 대립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한 재벌 2세가 난폭운전을 하고, 이것에 화가 나 앞을 막고 시비가 붙은 남자를 차로 밀어버리는 범죄를 저지릅니다. 이로 인해 상대방 남자는 즉사하고 차에 타고 있던 남자의 딸은 중태에 빠지게 됩니다.

 

가해자의 변호를 맡게 된 설경구, 반면 피해자인 남자의 딸을 치료하게 된 장동건. 이에 그들은 자신의 양심은 접어두고서라도 각자 관계가 형성된 쪽의 입장에 서게 되죠

 

그들에게는 각기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설경구의 딸은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뭔가 어긋나 보이는 모습들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가령 전자 담배를 피우는 모습 같은

 

그리고 장동건의 아들은 나약해 보이며, 심지어 학교폭력의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아들 역시 기어가는 벌레를 손으로 쉽게 눌러 죽이는 모습이 나오죠. 무엇보다 이 두 명(사촌지간)이 모여서 재벌 2세의 범죄현장 장면을 보며 공격성을 보이는 모습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통'으로 간주되는 '중산층' 가정의 미묘한 균열을 감지하게 됩니다.

 

설경구의 딸과 장동건의 아들, 그들의 겉과 속은 부모가 알던 것과 다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이 두 명의 아이들이 갖게 된 소소한 일탈인 Let's get it party time, 파티 후 술을 마신 뒤 그만 노숙자를 죽이게 되고 이 장면이 CCTV를 통해 찍혀 전국에 방송이 된 것이죠.

 

그러나 정확한 신분을 알 수는 없었기에 대국민적 지탄을 받으며 각종 매체로 이 영상이 퍼져나가던 중, 아들 시호의 옷에 피가 묻어 있는 것과 CCTV속 인물의 옷을 통해 엄마 김희애는 자신의 아들이 범인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과연 영화 속 보통의 가족은 정말 보통의 가족인가?

앞서 말했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은 사회계층의 허리에 해당되는 이른바 보통으로 간주되며 다수가 지향하는 목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산층의 붕괴는 전 세계적으로 21세기에 무너져 내렸으며, 대한민국은 97년 IMF 이후 이 과정이 급속도로 진행된 국가입니다.

 

변호사, 의사는 실제 보통의 대한민국에서는 특별한 쪽에 속합니다. 마치 대기업을 다니는 일반 직장인에게 있어서 자신은 보통이라 생각하겠지만, 전체 직장인 중 15% 만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다니며 나머지 85%는 중소기업인 현실 같은 것이죠.

 

그렇다고 이들을 특별하다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상위 1%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먼저 이렇게 허진호 감독은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받아들여지면서도 동시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보통'이란 단어를 통해 이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양극화되어 가는 사회와 계층 간에 가지는 거대한 갭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보통으로 만드는 힘은 부모라는 모습, 그 너머 인간관계 속, 특히 가족이라는 모습에서 범죄자가 발생했을 때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상위 1%든 나머지 99%든 우리 모두는 가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사 고아든, 독거노인이든 홀로 세상에 태어난 이는 없기에 우린 이 질문에서 결코 자유롭진 않습니다. 그렇게 이 영화는 보통과 특별한 무언가의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 속에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의 보통의 선택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우리가 만들어 내는 보통의 세상은 어떤 것인지.

 

저녁식사(The Dinner)

식구(食口)라는 단어와 가족(家族)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으로는 유사하게 사용되지만 엄밀히 구분됩니다. 가족은 혈연관계이지만 식구는 이해관계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가족들 대부분은 같은 식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한번 뒤틀어 생각해 보면 가족이라 해도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식구가 아닐 수 있죠. 원작 영화 제목 the dinner를 한국적으로 한번 뒤틀어 버린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보통의 가족에서는 2번의 저녁식사가 있습니다. 첫 식사 자리는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아직 애들이 사고 치기 이전이죠.

 

 

이 식사 자리에서 감독은 기존 가족 구성원이 아닌 설경구가 재혼을 한, 그것도 아주 젊은 여성 수현을 통해서 장동건 부부, 특히 '형님'이란 호칭을 써야 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훨씬 많은 김희애를 통해 이 구성원의 이질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이 식사자리라는 만남으로 인해 드러나는 모습은 겉과 속이 다르기 쉬운, 우리 보통의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상대적으로 윤리적으로 보이는 재규부부(장동건 부부), 그러나 상대적으로 재산, 나이등에 있어서 피해의식이 보이는 모습과 언행은 그들의 윤리성에 미세하게 스크레치를 내어 긁어버립니다.


상대적으로 세속적으로 보이는 재완부부(설경구 부부), 처음 이 부부를 보면 수현이 돈 많은 남자하나 잘 엮은 여자로 보이기 쉽지만 일상에서 보이는 수현의 모습은 돈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모습보단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과 뒤늦게 속하게 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노력이 보이며 비어진 틈을 메꿔나갑니다.

 

두 번째 식사에서 이제 이들의 양면성이 드러납니다. 그들의 아이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두고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 일반적인 선택은 설경구는 범죄를 숨기자는 쪽이며 장동건은 소신 있게 죄 값을 치르자는 쪽으로 나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남의 집 불구경 난 듯 바라보는 영화 속 장면은 실제로 예상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들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질문을 남기고 이번 리뷰는 마치겠습니다. 2편에서 보다 심층적인 영화 속 장면과 그 의미를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