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20 04. 세상의 벽
1. 곡의 기본 정보
BASS vol. 6에 수록된 곡, instrument 곡. 장르는 프로그래시브 락
원본 용량 221kb, Impuls Tracker로 제작함.
1998년 컴퓨터 통신 나우누리 자료실을 통해 공개했었음.
작곡 및 시퀀싱 프로그램 - 9oC
음원파일
원본소스파일 (윈도우용 모듈음악 시퀀스 MPT를 통해 플레이 및 편집 가능)
2. 뒷이야기 - 프로그래시브 락!
처음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 게 고3, 즉 92년이었습니다. 당시 동방불패의 메인 테마곡이 너무 좋았지만 이걸 들을 수 있는 길이 없었기에 AdLib용 작곡프로그램 composer를 가지고 멜로디를 찍다 보니, 어느 순간 편곡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꼬박 7일만에 내놓은 결과물은 그럴싸했으며, 친구도 듣더니 잘 만들었다는 거였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존에 있던 곡을 흉내 내는 것일 뿐.
작곡이란 걸 시작하면서 항상 느꼈던 것은 뭔가 떠오르는 것을 제대로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기본기의 부족이었습니다. 음을 하나하나 쳐가면서 실수를 반복하며 멜로디를 찾다 보면 처음 떠올랐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들.
개인적으로 저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사람을 들라면 '신해철'입니다. 그는 무한궤도라는 밴드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신시사이저를 무척 잘 활용했고, 이는 전자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는 반증이었죠.
그리고 그런 신해철에게 영향을 준 밴드가 바로 '드림씨이터' 입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 밴드의 another day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넥스트가 전부였던 저에게 그 이상을 느끼게 한 밴드였죠.
Dream Theater의 Another day
그들은 프로그래시브 락의 거목이었으며, 90년대 말을 저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여전히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특히 bass의 존명 씨는 한국인이시죠. 거기에 여전히 멋지게 늙고 계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프로그래시브록 음악을 저 스스로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도 그들의 화려한 chord progressive와 한 국내에 이루어지는 무수한 변박들과 조 바꿈을 감히 흉내 낼 수 있을까요? 결론은 No. 넘사벽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바램에 가장 근접하게 만든 곡이 바로 이 곡, '세상의 벽'입니다. 물론 시퀀싱에 변화를 좀 더 주면서 곡의 흐름에 더 다양한 변화를 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3. 신이 주신 생일 선물
이 곡은 정확히 만든 날짜를 기억합니다. 왜냐면 제 생일이었으니까요. 1998년 생일날 하루종일 컴퓨터를 잡고 만든 곡입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해야 할 20대가 어두운 방에 쭈그려 앉아서 작곡을 하고 있는 상상을 해 보십시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었던 곡입니다. 당시 프로그래시브 락과 테크노적인 전자 음악을 결합하고 싶으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거니와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는 악기라고는 독학으로 배운 기타뿐이기에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아주 컸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만들고 하느님이 주신 생일 선물이라 여길 만큼 그 차이도 극복했었고, 또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곡이 만들어졌습니다. 거기에 당시 7분을 넘는 플레이 타임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저로써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드라마틱한 변화와 함께 곡의 흐름을 이끌면서 서사적인 음악을 만들었던 것이죠. 또한 사운드 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음악의 척추에 해당되는 distortion guitar riff는 한 개의 기타 소리가 아닌 여러 가지 사운드의 기타를 2,3중으로 배치해서 만든 것입니다.
여기에 lead guitar의 멜로디 라인 역시 기타의 연주기법인 pull up, down 등을 시퀀싱을 통해 구현하며 기존에 테크노적인 느낌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프로그래시브 락이라는 장르로서 한 곡을 온전히 만들어 낸 것이죠.
곡이 다 완성되었을 때가 거의 밤 8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제가 좋아하던 후배에게 전화로 이 음악을 들려주며 어떠냐고 물었고, 확실히 기존과의 차이가 있다는 평을 들었죠.
저 스스로 이건,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 느낄 만큼 만족했던 곡입니다. 성취의 짜릿함. 참 많이 잊어버린 감정이기도 합니다.
4. 후일담, Band에 대한 열망
이후 고등학교 친구(음악학원을 하시는 부모님 덕에 일찍이 매킨토시로 전자음악을 하는)에게 대학가요제 출전하는 곡의 믹싱을 부탁하며 이 곡을 들려주었을 때, 그 친구가 이 곡을 듣고 꽤나 놀라 했었습니다.
음악과의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그 친구에게 믹싱기계를 빌려서 녹음을 했었습니다. (아날로그 믹싱기계의 무거움은... 엄청나더군요)
참고로 그 친구는 군대에서 드럼을 배웠는데, 그 수준이 또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사연을 듣고 보니 더 기가 막혔는데,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에 참여했던 국내 언더그라운드 '크래쉬'에서 드럼 쳤던 드러머를 군대 후임으로 받은 거였죠.
원래 피아노 강사였던 집안 때문에 일찍이 비버리힐즈 영화의 주제곡을 고교시절부터 들려주곤 했었는데, 거기에 드럼까지 수준급. - 지금도 실용음악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4년마다 한번 연락하는 사이? -
그 친구는 이 곡을 듣고 저한테 같이 연주를 한번 하자며 자신이 다니던 교회로 같이 갔었고, 그곳에서 교회밴드의 드럼과 기타로 같이 JAM 연주를 했습니다.
어떤 악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둘이 호흡을 맞춰서 협주를 하는 것이죠. 기타를 잡은 제가 코드 프로그레션을 이끌면, 그 친구가 그에 맞게 드럼을 치며, 인트로, 클라이맥스 등등 서로 신호를 보내며 즉석으로 곡을 하나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경험은 이후로도 밴드에 대한 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너무 짜릿했으며, 이래서 사람들이 밴드에 미치는구나 싶을 만큼,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지만, 그 자체로 혼연일체가 되는 경험이었죠.
그리고 당시 MOD 음악의 주류가 대부분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기반을 둔, 테크노, 드럼 앤 베이스였으며, 간간히 아직 국내에는 주류가 아니던 힙합 (마이너에 가까운)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제가 만든 프로그래시브 한 사운드는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았었죠.
이후 B.A.S.S가 저 혼자 하는 원 맨밴드에서 4,5명의 작곡가 그룹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준 곡이기도 합니다. 물론 서로 색깔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던 시절이 아니라 공동작업을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서 콘셉트를 제가 세우면, 그에 맞게 각자의 음악을 하나의 볼륨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멤버는 중학생, 고교생, 대학생까지 다양했으며, 제가 가장 연장자였죠. 그만큼 그 시절 언더에서 재능 있는 젊은 피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네요. 24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제 그들도 아저씨가 되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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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Back to the 20th boy
1. 아이의 종소리 in 1996, B.A.S.S vol 1
2. 벌레의 날개 in 1999, 소리마을 Chip Tune Sound
3. Report 1998 in 1998, 소리마을 1998 콘테스트 입상작
4. 세상의 벽 in 1998, B.A.S.S Vol 6
5. 상대성 이론(E=MC스퀘어제곱) in 1998 B.A.S.S Vol.7.5
6. 널 위해서 in 1997 (801band 리뉴얼 버전 in 2006)
7. 구지가 (九地歌) in 1999, About 9
8. 세상의 벽 메탈에디션 in 2022
9. 출구 in 1999, About 9
0. You don't have Think - 22년 대통령선거 결과 발표 후 군중심리에게 바치는 노래
모든 작사, 작곡 및 편곡 : 9oC
기타 작업
801 - 널 위해서 리뉴얼 사운드 프로그램(큐베이스), main Guitar, 믹싱
김성민 - 구지가 보컬, 코러스
유충란 - 구지가 보컬
9oC - 구지가 보컬, 코러스 / 널 위해서 보컬, 출구 보컬 및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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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프로그램 - 스크림 트래커 (확장자 S3M), 임펄스 트래커 (확장자 IT), fl-studio (확장자 flp)
사용 장비 - 486 Dx 인텔컴퓨터, 사운드 블래스트, 전자기타(10만 원대 보급형)
본 곡의 저작권은 9oC에게 있으며, 무단 사용은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