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02. 현실 속에 판타지 (스포있음)

시스나인 2024. 12. 20. 17:40

안녕하세요. 앞서 저는 이 영화 속에서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관계하는 순간 이는 그저 단순한 여우가 아닌 우리에게 무엇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간은 기계도 아니며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더더구나 인류의 발전에 그토록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이성적 판단 역시 허구입니다.

 

인간은 결국 감정의 동물이며, 이 부분을 결코 무시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성과 감정의 경계. 결국 융통성이란 것과 원칙 속에서 여러 갈등들. 어디까지 봐줘야 하고 어디까지 인정 사정없이 대해야 할까?

 

이번 리뷰에서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러한 현실에서 과연 아직도 이런 낭만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의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수사도, 뒷돈 챙기는 부업도 늘 함께 하는 생계형 형사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 우연히 범죄 조직의 검은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두 사람은 인생 역전을 위해 신고도, 추적도 불가한 돈을 훔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던 현장에서 잠입 수사 중이던 형사의 죽음으로 사건은 꼬여만 간다. “어차피 우리가 저지른 일, 수사하는 것도 우리야”, 살인으로 번져버린 사건을 ‘명득’과 ‘동혁’이 직접 수사하게 되고 ‘명득’과 악연으로 얽힌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이 수사 책임자로 파견된다. 그리고, 은폐하려 했던 현장 증거까지 두 사람을 점점 압박해 오는데… 목숨 걸 자신 없다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평점
5.3 (2024.10.17 개봉)
감독
김민수
출연
정우, 김대명, 박병은, 조현철, 정해균, 백수장, 유태오, 임화영, 김윤성, 허동원, 유승목, 서동원, 태항호, 이태경, 유나, 이용이, 김대곤, 이해운, 김율호

※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 모두를 담아 내고 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고 과거 어디선가에서 반복되었던 류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1편에서 말했듯 이야기의 주요 인물 두 명은 실제 배우 이름으로 거론토록 하겠습니다.

 

그에 앞서 리뷰 1편을 보지 않으셨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먼저 보시고 난 뒤, 본 리뷰를 이어가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system9.tistory.com/22

 

평소 범죄조직 뒤나 봐주며 삥이나 뜯어 내던 경찰, 정우는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으며, 대명의 경우는 딱 비리 경찰 그 자체로 보입니다. 검은 돈 받아서 도박으로 탕진해서 빚까지 지고 있죠. 그럼에도 그가 정우를 대하는 모습은 소위 말해 '의리'가 있기에 마냥 그를 욕하기에는 묘한 맛이 있습니다.

 

자 그럼 이들이 상대하는 범죄 조직은 어떠할까요? 이들은 인정 사정 없습니다. 더더구나 여기에 보다 현실적 합리성을 가하려고 하는 듯 이들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 범죄 조직입니다. 그런데 또 여기에 묘~한 관계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로 대명의 고아원 시절 친구 고광석(배우 허동헌)입니다. 이 분은 워낙 악역으로 많이 나왔기에 순수 악처럼 등장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대명과의 미묘한 우정이 느껴집니다. 결국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 있을 법한 사건의 구성, 그러나 수습불가로 전개되는 상황

우연히 한 살인 사건에 갔다가 광역수사대가 자신들의 사건을 뺒어 가는 것에 대한 빡침으로 주요한 증거를 습득하고, 거기서 대규모의 검은돈이 오가는 사실을 발견하죠. 5억 남짓. 큰돈이지만 인생 역전까지 바랄 정도는 아닙니다. 정우에게는 동기가 분명합니다. 아이의 수술비.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매달 400만 원도 넘는 병원비를 언제까지 비리 경찰 노릇해가며 감당할 것인가.

 

대명 역시 도박으로 인한 적잖은 빚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죠. 무엇보다 검은 돈 5억, 범죄 조직에게 있어서도 적당히 묻어버릴 뻔한 금액.

 

자 여기에 이런 비리 경찰을 선망하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대명의 친한 동생이자 순경인 박정훈 (배우 조현철)이죠. 이 분의 연기는 D.P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죠. 이 영화에서도 수습불가의 상황으로 흘러가게 하는 결정적인 KEY 역할을 합니다.

순경 박정훈 (조현철 배우)

 

정훈은 평소부터 정우와 대명의 비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신고를 해야겠지만 그는 오히려 그들을 동경하며 한 팀이 되고 싶어 합니다. 또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때 사업으로 잘 살았지만 집이 망함으로 있에 결여되어 있는 욕망. (그의 꿈은 페라리 자동차죠)

 

이렇게 일반인의 입장에서 명분이 있는 인물, 부족한 인물등 각자 3명이 인생 한방도 아닌 현재 닥친 문제나 이거 하나는 이루고 싶다는 꿈. 어찌보면 서민적이라고 표현해야 맞을까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인물의 감정에 조금씩 스며들게 됩니다.

 

정훈은 경찰서의 엽총을 빼와서 두사람의 범죄에 가담하게 되죠.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반전이 있었으니, 애당초 이런 생각을 이들만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결국 그로 인해 범죄자들을 협박해서 5억 정도를 3명이서 나누려던 목표는 엉뚱하게 총격전으로 번져서 조용하게 꿀꺽하려던 의도와는 사건은 수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확대됩니다.

경찰과 범죄자,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실체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범죄조직원도 죽고, 광역수사대원도 죽게 되죠. 무엇보다 애당초 5억이라 생각했던 돈은 20억이 넘는 큰 돈이었으며, 갓 가담한 정훈 역시 다리에 총을 맞아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됩니다. 결국 정우와 대명은 대포차 속에 죽은 정훈을 태워 강물에 빠트리는 선택을 합니다.

 

수급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대규모 살인사건, 죽어버린 정훈의 실종, 총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파출소 여경의 제보, 광역수사대 경찰의 죽음으로 광수대에서 직접 사건에 개입됨으로 인해 견제를 받는 상황, 예상보다 큰 금액을 잃어버린 조직 역시 돈의 행방을 쫓아 맹렬하게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

 

⊙ 현실적인 선택과 그 속에서도 힘든 결정이 만들어 내는 판타지

이제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사실상 이 이야기 구조 속에서 서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배신하고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도 보입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상처뿐인 영광

 

애당초 정우는 비리경찰이었지만, 충실한 가장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저 운이 없었죠. 신은 그에게 병든 아내와 병든 아이라는 시험을 내렸고, 그 속에서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의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대신, 한 가족의 남자로서의 윤리를 지키려 했었습니다. 그가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딸의 병이 낫는 것.

 

대명 역시 고아로 자랐습니다.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 있어서 친한 친구였던 고강석은 도박판의 범죄자가 되었고, 자신은 경찰이 되었습니다. 영향이 없지 않았겠죠. 아마도 그렇게 도박에 빠졌고, 그 속에서 또 역시 도박에 빠진 여자 친구 소진(배우 임화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맨 좌측 임화영 배우

 

특히 소진으로 나오는 임화영 배우는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처음 인지했던 배우로 사라질 법하면서도 꾸준히 연기활동을 펼치시고 계십니다. 무척 개성 있는 모습도, 여린 모습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주십니다.

 

대명이 소진에게 보이는 모습은 찐 사랑입니다. 소진 역시 대명에게 이런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그에 반해 겁이 많았던 그녀는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느껴질 공포심이었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결국 대명은 소진과 호주로 도망치려던 계획에 차질이 벌어지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을 받고 쫓기게 됩니다. 이때 소진이 보여주는 모습은 대명이란 인물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 "오빠 나쁜 사람 아니예요"

 

또한 대명 역시 자기 몫을 챙겨서 떠날 거라고 정우에게 말하고 숨겨둔 돈을 가져갈 때, 절반을 정우 몫으로 남겨둡니다. 즉 이들에게서 보이는 그 어떤 의리의 모습. 마치 20년 전에나 존재했을 법한 건달의 세계에도 지켜야 할 약속과 의리는 있었던 낭만.

 

오늘날 현실이든, 영화든 과연 이런 낭만이 존재하나요?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며, 사랑하던 연인이 눈물로 이별을 노래하기보다 집착으로 그의 가족들 마저 헤치는 것이 사회.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란 것을 일찌감치 넘어버린 무도한 사회

 

 

정의의 상실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 손해 보기보다 나의 이익에만 집중하던 순간, 모두의 이익은 철저하게 손해가 되어서 다가오기 시작했으며, 소수의 자유조차도 인정해야 한다고 외치던 순간 전체의 자유가 억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결국 관계를 맺지 않으면, 그저 비리경찰 두 명에 지나지 않는 두 사람 속에 각자의 사정과 관계를 보면, 어쩌면 더러운 돈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과연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낭만과 의리가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정우가 대명이 가진 그 낭만 어린 모습을 부서트리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이 사회가 조금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믿음에 대한 배신과, 용기 있는 결단에 대한 평가 이전에 그들에게 원리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문화일 겁니다.

 

난 결백해. 난 저 비리 형사들보다 더 올바로 살았어. 그러니 저들은 벌을 받아야 하며 비난받아야 해. 소위 공익제보자에게 쏟아지는 비난들. 너 하나 입 닥치면 되는 데, 왜 나서서 이 분란을 만들어!!

 

조국 대표가 자녀가 장학금을 받은 것이 범죄가 되고, 그의 아내 정경심 씨가 사문서 조작으로 자녀에게 상장을 주었다는 사유로 감옥을 사는 세상. 그리고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일반인들.

 

개인적으로 사문서를 위조해 본 사람은 정경심 재판에서의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억측인지 이해가 됩니다. 어디 도서관 같은데 봉사활동 점수 채우려고 나왔다가 관리하시는 분이, " 학생 수고 많네. 저기서 10분만 쉬었다 와" 이런 경우도 그들의 잣대에서는 범죄입니다.

 

공정? 상식? 과연 정말 일반인들은 그토록 순결하고 순백한가요? 결국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그러하지 못한 관념적인 '善'을 추구하던 이들은 사실과 현실, 스스로에 대한 자성도 없이 오직 말, 공허하고 거짓되고 손쉽게 행해지는 말에 속아서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괴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말하는 대사 "너와 니 가족을 생각해야지?" 이기적인 선택을 독려하지만, 결국 정우는 대명이 자신에게 베푼 의리를 지켜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그 자신의 최종 목표였던 가족을 지키는 결과로 돌아옵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비리 경찰들이 결국 자신을 망치고, 돈을 챙겨가는 범죄옹호로 비추어 질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음에도 그들이 구현해 낸 판타지는 오히려 더 가치 있는 부분, 즉 우리들 모두가 어느 사이엔가 조금씩 조금씩 나는 무결해, 나는 착해, 나는 법 없이도 살아라라는 구호 속에 야금야금 사라진 의리와 도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느 순간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 낸 법이라는 글자에 함몰되어 진실을 왜곡하고, 상식과 정상대신 법리적 해석과 말장난에 매몰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말라는 영화의 제목은 결국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옵니다. 더러운 돈이라고 내 맘대로 해볼 생각을 해서도 안되지만 자기 몫만 챙길 줄 아는 절제의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이 사회에는 아직도 놀라운 영웅들이 존재합니다. 스스로의 이익에만 함몰되지 않고, 때로는 그것이 가식이라 하더라도 행동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가만히 방 한구석에 앉아, 위선이네, 이기적이네 비난하는 이들. 모든 것은 행동으로 평가받습니다. 물론 의도도 중요하겠지요. 좋은 의도가 가져온 나쁜 결과, 나쁜 의도였지만 좋은 결과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따르겠지만, 결국은 서로가 납득이 되는 합의와 기준이 있을 겁니다.

 

이 사회 전반에 흐르는 결백주의, 어쩌면 그것이 더 참혹한 악을 키워버린 것은 아닐까요?. 목적 없이 외치는 화해와 용서가 목적이 뚜렷한 악의를 성장하게 하진 않을까요?

 

기준은 명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서 옳다 그르다를 구분 지어야겠지요. 그리고 거기에 충분한 담론과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답론은 제쳐두고 옳다 그르다의 기준 자체를 흔들어 버리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 모순된 상황과 선명함 속에서 생각할 거리와 진짜 답이 무엇이며, 정말 옳은 것이 무엇이며... 어쩌면 法이라는 비완결적인 것에 기대어 옳은 것을 그르게 만들고, 그른 것을 옳게 보이게 하는 이 세상을 꼬집는 면이 있다 생각됩니다.

 

논리적으로 이 영화는 그저 평타이며, 크게 영화적 역사에 남을 만한 수작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재미없게 흘러가는 영화 또한 아닙니다. 나름 70점 이상의 충분한 점수를 받을 법한 영화적인 흥미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너머에 현실에서는 악당이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판타지로 느껴지는 그 감정이 너무나 깊이 다가옵니다. 선의 탈을 쓰고 소소한 악으로 시대를 갈아먹는 것과, 자신의 환경에 의해 악이 되었음에도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것.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건가? 그럼 우리가 지금 해야 하고, 각자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는 이 영화에 85점의 점수를 드립니다.

 

 

◈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