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곡 묶음 (앨범)을 공개하며
지금, 왜 지금 그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묻고, 생각해도, 답은 알 수 없습니다. 붓다의 침묵처럼 그저 일어날 것은 일어날 뿐. 그것에 이유를 찾는 것은 애시당초 질문의 전제가 된 것인지 모릅니다.
그렇게 어떤 일이 2024년 11월에 일어났습니다.
내 개인에게 있어서 삶의 가치가 달라지게 만든 여러가지 일들 속에, 그 숱하게 많은 일들, 대부분 반복되는 리드미컬한 인생에 '툭'하고 끼어든 에니메이션 한 편.
- 평점
- -
- 감독
- 오시야마 키요타카
- 출연
- 카와이 유미, 요시다 미즈키
Look Back
'체인소맨'이란 만화로 유명한 '후치모토 타츠키'씨의 단편 만화를 소재로 2021년 일본에서 발간되어 이듬해 22년에 한국에도 소개된 작품입니다. 에니메이션은 2024년에 공개 그리고,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서사와 종합예술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1시간이 넘지 않는 짧은 플레이 타임임에도 그 감동은 몇 일을 제 피를 타고 영혼을 정화시켜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슬프면서도 행복하다는 감정, 그리고 위로가 되는 Fiction. 허구이며 만들어진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전해오는 파동은 에너지가 되어 현실에 실제 창조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임을 온전히 느끼며,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그 실체화된 마음은 제 육체의 곧곧을 흐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로 'Look back to the 20th boy' 입니다.
2. 20세기말 1990년대와 21세기이 25%가 흐른 2024년
저는 한국의 마지막 베이비 무머 세대인 1975년생이며, 속칭 빠른75이기에 범띠였던 74년과 친구로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74로 소개했고 그런 과정에 75년 생에게 형으로 불렸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친한 76년 친구가 있을 만큼, 그런 나이에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나름 관용적이 되었지만, 2024년 MZ라는 단어 속에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MBTI를 아직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유행에 뒤쳐진 사람입니다. (정작 유행되지 않던 2002년에 했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1990년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꿈 꾸는 몽상가에서 현실가로 변해야 했던 20세기의 말이었고, 그 시절의 내 등을 오랜만에 다시 바라보게 해준 LOOK BACK
93학번,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이며, 첫 선거권을 지방자치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고, 군 복무 기간이 26개월로 줄어드는 혜택을 누렸고, 무장공비의 저격때문에 노란색 계급장을 검정색으로 중간에 바꾸었던 세대.
입학시기 낭만이 넘쳤던 캠퍼스와 달리 복학이후 IMF로 인해 조금씩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던 세대이며,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쉽게 찾기 어려웠던 사회를 경험하며 구조조정이라는 사회의 칼바람이 스친 시대를 그대로 막닥트렸던 세대.
푸세식 화장실부터 비데까지 경험한 X 제네레이션이라 불리우며, 정보가 돈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컴퓨터를 배웠고, 윈도우의 등장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험도 했었던 세대.
그런 빠른 변화가 너무나 즐거웠지만, 이젠 지쳐가는 속에 이 세상의 가치관의 변화를 직접 온 몸으로 맞으며 이전 세대에게는 요즘 것들이란 소리를 들었고, 이후 세대에게는 꼰대 소리를 듣는 100세 시대에 중간을 살아가는 세대.
80년대 대학생들처럼 민주화를 외치진 않았지만, 고1때 고2 선배들에게 팬티까지 검열받던 전통을 없앴던 개혁파였으며 불합리한 폭력을 당했지만, 그것을 전통이란 이름으로 돌려주기보다 없애려고 노력했던 세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부터, 주변의 여러 지인들이 그러한 폭력에 노출되었고, 피해를 입었지만, 우리 대에서 이 모든 것을 끊자고 노력한 이들을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까지만 겪고, 바꾸자!
제가 가장 많이 들었고, 많이 했던 이야기였을 만큼, 74년 75년 즈음의 마지막 베이비 부머들은 군사정권이 남긴 여러 전통들을 그대로 당하였지만, 그 악습을 이어가지 않으려는 이들이 더 많았던 세대였습니다.
그만큼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았던 세대였으며,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던 이들이 많았던 세대, 나의 20세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유년을 보냈고, 앞 세대가 피 흘리며 이룩한 문민 정권의 시대에 청년기를 맞이했기에, 시민들이 흘린 피의 혜택을 처음으로 누리며 살았던 세대
그랬기에 또 한편으로는 오렌지족이다. X 세대라는 명칭으로 어린시절 누가 더 잘살고 못살고 할 것없이 어울리며 살았던 친구들 중에서도 조금씩 노는 물이 달라지는 것을 목도했던 세대.
학교 폭력도 있었지만, 그 폭력에 저항하며 정의로운 친구들도 많았던 시대, 한 사람이 무지성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면 영웅같이 나타나서 맞설줄 아는 친구을 드물지만 볼 수 있던 시대, 탈선하는 이들도 있었고 소위 나쁜 짓이라 불리던 것이 버젓이 행해졌지만, 지켜야 할 선 앞에서는 멈출 줄 알던 세대
담배를 물고 껄렁거리는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야단치면 그 힘없는 노인 앞에서 고개 숙이며 담배를 끄던 시대.
그렇지만, 한편으로 자기 가족도 돌보지 않고 민족을 위해 독립운동 했다는 분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또한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의 시대를 살았지만 이제서야 그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우리가 다시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만날 수가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된 나란는 사람.
이놈이나 저놈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생각하며, 내가 가진 투표권의 힘을 알지 못했던 시절이 더 많았고, 민주주의 사회를 살지만, 내 스스로가 주인이라기 보다, 누군가 손들어서 리더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았던 세대, 그럼에도 내가 몸 담고 애정했던 조직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학교 동아리 회장을 억지로라도 맡으며 이끌려 했던 이들이 있던 세대.
대체로 진보라 평가되지만, 사실 저 스스로도 보수화 되어 있고, 변화보다 현재 시스템이 유지되길 바랍니다. 따라갈 육체도 정신도 이젠 하나씩 덜컹거리다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50대. 사실상 옳바른 보수가 없기에 상식에 맞춰 살자는 목소리가 마치 '진보'스러운 대한민국은 90년대에서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진짜 차별을 당하였지만, 차별이 아닌 세상을 위해 내가 당한 그것을 나의 동생 세대에게 전하지 않으려 했을 뿐.
시대적 사명감도, 의무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1사분기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남겨진 나 자신의 등을 봅니다. 그 시절만큼이나 많은 변화들이 요즘 느껴집니다. 국민학교 5학년 시절 처음 실물을 만졌던 컴퓨터는 오늘날 그 성능이 빨라졌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등장한 A.I는 패러다임이 달라졌으며,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했던 2000년대에 태어나며 자란 인류는 마치 저희 세대가 로봇대백과로만 접했다가 20세기에 들어서 실제 미디어를 접했던 건담의 '뉴타입'마냥 다른 가치와 사고를 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토록 인내하며 바꾸었던 90년대 중반의 군대보다 더 비인간적인 행위가 벌어지는 일들을 2020년대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때 선생님이 학생일 집어던지고, 뺨 때리는 것은 대수롭지 않던 시절을 경험 제가 왜 요즘의 학교가 더 비인간적이며, 더 야만적으로 느껴질까요?
인간은 정말 나아진 것일까요?
냉전시대가 종식된 것이 언제인데 여전히 빨갱이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며, 익명성에 숨어서 남들에 대해 함부러 판단하고 제단하고, 미디어와 인터넷에 기댄 체,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판단하는 문화가 더더욱 손 쉽게 되어비린 세상.
2024년, 살아갈 시간이 분명 살아온 시간보다 적을 '나'는 아직은 내가 누릴 시대가 아닌, 내 아이들이 누릴 시대를 위해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데, 왜 1987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힘을 보탰던 70대들은 보수가 아닌 극우에게 마음이 쏠리고 있을까요?
아버지를 꼰대라고 불렀던 제 이후 세대, 노인들을 틀딱이라며 불렀던 제 이후 세대, 그리고 그런 젊은 문화를 미디어에 노출 시키며, 아주 천천히 그렇게 효용성과 젊음과 아름다움만이 가치있는 시대로 가치관은 이동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20대가 더욱 보수(?, 극우)화 되었습니다.
인권이 강조되면서 점점 범죄자의 인권이 더욱 강조되며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되어가는 사회는 '변호사'와 '검사'와 '판사'의 일자리 창출과 블루오션의 개척을 위해 법으로 해결하는 풍토를 낳았고, 법이 만들어진 기본 가치인 '상식'은 점점 사라지고, 법리라는 단어와 말로써 장난치는 사회
사실상 얼마전 윤대통령이 말했던 '사전'의 의미를 바꿔야 하는 것은 박근혜 시절부터 우리 사회에 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라는 좋은 의미는 엄마부대로 회손되었으며, 애국이라는 좋은 단어는 이제 결코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이 보수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보수가 가진 어떠한 가치도 없습니다. 의미가 상실된 단어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입을 통해, 글을 통해 쏟아지지지만 그것이 과연 말이라 부를 만한 것인지, 글이라 칭할 만한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세기말 90년대에 20세기 소년이 노래했던 것을 다시 한번 소환해보려 합니다.
25년 동안 대한민국은 어떤 성장통을 거쳤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곡은 24년 11월 19일부터 본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Look Back to the 20th Boy. 줄여서 룩백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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