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 이어 오늘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2편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이 영화의 제목이 주는 한국적인 힘과 보편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번에는 영화 속 여러 장면들을 통해 이 가족들의 실체에 대해 거론을 해볼까 합니다.
- 평점
- 10.0 (2024.10.16 개봉)
- 감독
- 허진호
-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홍예지, 김정철, 최리, 유수빈, 변중희, 안예림, 이지현
주의 스포 있음!. 왜 판타지인가?
이 글의 부제에 판타지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상당히 의아해하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제가 이 영화를 모두 보고 난 뒤에 설경구(재완)이라는 인물에 대해 떠오른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인물, 즉 판타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범죄자도 무죄로 만들어 내는 설경구에게 이상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 캘릭터가 가진 성향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입니다. 보통, 우리는 그렇게 이기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이타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속의 설경구는 무척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고 그의 현실 속의 선택들을 보면 어쩌면 감독은 가장 극단적인 인물의 반전을 통해 가장 보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가면쓰고 아닌 척하지 말고 가장 이기적인 선택으로 살아가라는 것. 그러나 그 이기심이 오직 '나'라는 '자아'에 머물지 말고 더 큰 '나'인 '전체'에 대해서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설경구가 자식의 죄를 드러내는 선택을 하는 것은 그가 이기적 인간에서 이타적 인간이 되어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진짜 자식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의해서라는 것입니다.
즉 '자아'라는 나만 아는 이기심이 아닌 전체에 대해서도 발위되는 이기심, 그것이 바로 이타심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깔린 보편적인 모습이 아닌가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평상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엉망진창이며 점점 이기적인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어떻게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지 하는 이타적인 소시민의 영웅들이 나타납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냄비 근성처럼 실망스럽다가도 항상 위기 상황에서는 어디서 어떻게 그 모습이 변화되었는지 알 수 없는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보통의 가면
봉사사진이 걸린 장동건(재규)의 집에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활동을 하지 않고도 조카에게 건네는 봉사활동 상장. 스스럼 없이 저질러지는 반칙이지만, 이 또한 과연 우리 사회의 보통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들 형제 부부의 자녀들도 평범한 듯 보입니다. 설경구의 딸인 혜윤의 모습은 공부 잘하고 나름 자존감도 있고 예의도 있어보이는 평범한 모습처럼 그려집니다. 반면 장동건의 아들은 뭔가 찌질해 보입니다. 심지어 학폭의 가해자이기도 하죠. 그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보통의 가면을 잘 드러냅니다.
딱히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살아가라는 메세지와 우리가 언론에서 등장하는 사건 사고에서 제 3자일때 언제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으로 쉽게 설 수 있는 힘은, 그게 내 일이 아니어서 일 겁니다.
그러나 감독이 이런 가면을 확 벗기려는 첫 번째 시도를 합니다. 보통의 아이들 같은 이 둘이 벌이는 일탈, 그리고 그 잠재된 분노와 뒤틀려버린 모습은 길거리의 노숙자에게 무참한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로서 보통의 사회 구성원인 그들에게 특히나 세상 바른 삶을 살아가며 도덕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장동건 부부에게 먼저 반응합니다. 가장 이타적인 행보를 걷던 김희애는 엄마라는 조건 속에 가장 이기적인 모습으로 바뀌며 스스로의 내면의 갈등, 그리고 벗어던진 가면 뒤 실체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역시 이타적이면서도 올바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던 장동건 역시 끝까지 그 가면을 벗기를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모로서 내릴 수밖에 없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억눌림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가장 어리석은 선택마저 하게 됩니다.
오히려 애당초 이기적이던 설경구, 진짜 혈육이 아닌 계모 수현이 어쩌면 제대로 된 부모로서의 선택을 하며 그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당위성, 즉 정말 자식을 위한 것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람을 죽이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아이를 본다면, 과연 어떨까요? 그렇기에 이 영화는 무척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자란 것에 대한 책임과 뒤늦게라도 괴물로 키우지 않으려는 노력은 그저 제 3자로써 바라볼 때 옳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과연 당신이 실제 그 입장이라면?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단언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장동건이 연기하는 재규라는 인물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렇듯 보통의 가족의 영화 속의 4명의 인물은 극단의 설경구라는 인물을 통해 누구나 가진 이기적인 모습과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장동건과 김희애를 통해서 우리 보통의 사람들이 겪을 갈등과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금은 한 발 물러나 있지만, 관객보다는 보다 많은 발을 담그고 있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과연 무엇이 자식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어렵지 않지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영화
영화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인물의 감정과 주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절제되면서도 쉽게 전달하는 명배우들의 연기력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잘 짜여진 각본과 연출도 역시 큰 줄기를 차지하죠.
찌질한 듯 보이는 아들이 쓰레기를 걷어차며 분노를 폭발하는 모습, 김희애가 아들 시호가 성적에서 뒤처져 있다며 아빠 병원에서 봉사 활동 좀 해서 아빠찬스 좀 쓰자는 말과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장동건
설경구가 살인을 과실치사로 만들어가는 모습. 자본의 논리와 그것을 바꾸는 윤리적인 포장과 해석에서 느껴지는 감정
장동건은 정정당당한 사람이길 아들에게 원하고 아들은 아빠의 생각을 묻습니다. 그러나 아빠의 사고와 엄마의 사고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아들 시호는 결국 부모가 자식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빈곤과 관련된 기아대책 단체의 방송을 보며 울고 있는 희애가 10대가 노숙자를 폭행하는 뉴스를 보며 불길함을 느끼고 아들의 옷을 핏자국을 열심히 지우는 모습, 그리고 음식물 위에 있는 찌꺼기를 걷어내는 것에서 그녀의 포장된 모습과 실제 가진 내면도 잘 알 수 있게 만듭니다.
태연하듯 뭔가 문제가 생겼다며 자기 아빠에게 상담을 하는 혜윤, 그리고 아빠가 보기에 죄가 될 것 같아?, 죄가 안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를 묻는 아이... 심각함을 느끼며 입었던 옷을 비교하는 설경구, 그리고 아내 수현에게 옷을 보여주며 어떤 것 같냐고 묻고, 라이터를 찾아서 증거를 없애려 하며, 병원에 가서 경찰들의 수사방향을 점검하는 모습
요양병원을 같이 방문한 형제. 부모맘은 알아가지만, 자식 속은 모르겠다며 술을 마시는 설경구. 운전을 하다가 고라니를 치는 동건은 시체를 길 가로 치우는 모습은 이 영화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미리 예감하게 하죠.
아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알고 있었구나"라고 말하는 동건, 부정하는 희애, 시호가 아니라고 말하고 확실하냐고 묻는 동건. 그 모습을 보며 자식이지만 분노하는 동건, 자식말을 믿자며 넘기자는 희애. 처맞기만 하던 놈이 왜 사람을 때리고 지랄이냐며 분노하는 동건, 그때 치매 걸린 어머니가, 여보 때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 두 형제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짧지만 묵직하게 느껴지는 장면.
자수를 말하는 동건, 벗어날 방법을 이야기하는 희애와 경구. 책임을 지기를 바라는 동건. 재판까지는 안 갔으면 바라는 경구, 책임이 아이들에게만 있지 않다고 현실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 경구, 죄책감을 이야기 하는 동건
그리고 노숙자에 대한 동정의 말이라도 건네는 수현. 오직 피해자에 대한 걱정을 말하는 수현(아이를 달래고 있는 엄마), 엄마의 입장이기에 타인에 대한 잔인함을 드러내며 도덕선생 같은 모습에 대한 동건에 분노하며 울고 있는 희애. 잠시 그 식탁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수현.
깨어진 차 앞유리창을 통해 장동건 부부를 보여주는 카메라. 그 밖으로는 아들 시호가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본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의 시호.
이 영화 속의 여러 장면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사실상 이것이 보통의 가족이죠. 누구도 저런 고민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것이죠.
영화는 무척 부드러운 흐름으로 이 수많은 갈등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갑니다. 과연 우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 가장 감정 이입이 되고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그럼에도 이 보통의 가족이 내려야 할 선택에 대한 해답에 이르는 숙고의 과정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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