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영화 시빌워(civil war : 분열이 시대) 리뷰 (스포있습니다)

시스나인 2025. 1. 6. 17:14

제목만 보면 미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마이너 영화들 중에 하나가 연상됩니다. 그러나 등장인물인 LEE(리) 역할의 '커스틴 더스트'를 보면 최소한 마이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스틴 더스트는 농구부 치어리딩을 다룬 Bring it on과 스파이더 맨의 메리제인으로 유명한 분이시죠. 그 이후에는 블록버스트 영화보다는 여러 작품성 있는 영화에 많이 등장해서 MZ 세대에게는 낯선 배우일 수도 있겠지만 2000년대 전후반을 풍미했던 유명 배우입니다.

 

무척 섹시한 몸매와 이쁜 얼굴의 이 배우가 어떤 깊이를 가진 중년이 되었는지 확인 가능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큰 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수많은 전쟁영화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 없이 "속았다!! 쳇" 했던 경험 때문에 가진 선입관과 달리 무척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도 확인 가능합니다.

 

civil war의 사전적 의미는 직역인 도시 전쟁과는 달리 '내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 Marvel(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서 그리 낯선 단어도 아니게 되었죠.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 연방 정부의 무차별 폭격과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페니)’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 이들은 전쟁의 순간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진짜 공포다!
평점
-
감독
알렉스 가랜드
출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바그네르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칼 글러스먼, 미즈노 소노야, 조조 T. 깁스

 

이 영화는 정말 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사는 국내에 '미나리'로 유명한 독립영화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그러나 무한정 자본을 쏟아 부었다기 보다 무척 효과적이며 경제적으로, 적절하게 돈을 들여 정말 내전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간략한 줄거리

이 영화는 아무래도 '트럼프 시대'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냄새가 강합니다. 트럼프 1기 마지막에 이루어졌던 극우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령.

 

영화 속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친위 쿠데타를 통해 2번 임기 가능한 대통령 직을 3번째까지 연장을 하였고 이에 미국의 여러 STATE(주) 중에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연방 정부에 반대하며 반란군을 조직해 대립을 합니다. 이 2개의 주가 미국 서부에 위치한 이유 때문에 '서부군'으로 불리여 집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반드시 연방과 서부로 나뉜 것 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테러와 정부에 대항하는 시위 등으로 인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일상이 파괴된 모습이 나옵니다.

 

이런 와중에 저널리스트인 리(커스틴 더스트 분)와 조엘(와그너 모라 분) 두 사람은 이 내전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가진 대통령에 대한 인터뷰를 할 생각으로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인터뷰를 따내러 가기 위해 떠나려 합니다. 조엘은 이 프로젝트에 새미(스티브 매킨리 핸더슨 분)를 인터뷰 담당으로 참여시키고,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제시(캐일리 스페이니 분) 또한 합석하며 일종의 로드 무비 형식의 이야기의 영화입니다.

좌부터 새미, 리, 제시, 조엘

 

메인 예고편을 한번 보고 글을 계속 이어가 볼까요?

 

 

미국 최초이 CIVIL WAR, 남북 전쟁

사실상 미국은 하나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50개의 연방국가입니다. 그리고 이 국가에서 전쟁이 발생했던 것은 본토를 기준으로 에브라함 링컨과 리장군으로 대표되는 '남북전쟁' 밖에 없습니다. 그 시절에는 현재와 같이 50개가 아닌 34개 주였으며 그중 11개 주가 연방에서 이탈하여 반란군의 입장에서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반란군의 대표적인 장군으로 '리 장군'이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속 메인 주인공의 이름이 '리'라는 것도 나름 의미 심장한 것 같으며, 영화의 마지막에 링컨 대통령 동상으로 진입하는 이야기에서 과거의 남북전쟁과 겹쳐지는 느낌이 듭니다.

 

당시 남과 북의 전쟁이었다면 이번에는 동과 서로 나뉘어서 전쟁이 펼쳐집니다. 세세한 전쟁의 이유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스템의 파괴와 극단성으로 치닫는 지난 몇년 간의 미국의 정치 상황,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판을 치는 여러 현상 등이 상세한 설명을 지우고 현실 속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전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작품

이 영화는 저널리스트의 시선으로 최대한 객관적 시선으로 전쟁을 담아 냅니다. 그럼에도 그 차가운 시선 안팎으로 담겨 있는 전쟁의 잔혹함과 비인간적인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흔히 쉽게 전쟁을 이야기 합니다.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에 대해 손쉽게 인터넷 속 여론은 전쟁을 거론합니다. 마치 1차 대전 독일 청년들이 '이번에 제대로 전쟁 한 번 해보자' 하며 몇 주 안에 전쟁이 끝날 줄 알며 영웅심으로 참여했다가 수많은 피의 대가를 치른 뒤에야 전쟁의 공포와 현실을 느꼈던 역사.

 

만약 내전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이 영화 속에서는 그 현실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더더구나 총기 사용이 합법화 된 미국이라면 실로 끔찍한 일이, 실제 이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지전이 펼쳐지는 모습들, 그리고 그 와중에 정적으로 담아내는 사진 장면은 실제로 우리가 언론을 통해 펼쳐지는 몇 몇 유명 전쟁 뉴스의 사진의 정적인 시선과 실제로 총알이 난사하며 그 사진을 찍는 기사들 조차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냉혹하고 잔인한 현장 두 가지 모습을 교차로 보여줍니다.

 

이는 언론과 3자로써의 전쟁과 실제 전쟁 사이에서 우리가 쉽게 망각하는 살육의 현장에 대한 냉혹하지만 뜨거운 열기를 피부에 와닿게 그려냅니다.

 

전자음악과 힙합, 컨트리의 조합이 그려낸 이색적인 음악

전쟁 영화라 하면 일반적으로 굉장히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한 무게감 있는 음악을 주류로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영화 곧곧에는 전자음악이 활용되며 힙합스러운 리듬과 비트의 음악이 나옵니다.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이지만 무척이나 이 음악 속에 스며든 전쟁에 대한 어떤 감정을 무척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찬일 평론가님께서 이 영화를 평하면서 음악을 거론했던 이유가 왜 였는지 무척 설득이 될 만큼 훌륭합니다. 거기에 컨트리 음악의 느낌을 담아낸 미국적인 멜로디들은 사실상 전쟁 영화이면서도 로드무비라고 불러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이 영화의 스토리 구성에도 무척 잘 어울립니다.

 

미묘한 전자음악 사운드로 긴장과 서스펜스를 전달하는 Ben Salisbury와 Geoff Barrow는 영화 '엑스마키나'의 영화음악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 이상으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정말 들을만하며, 영화가 함께 할 때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지는 느낌으로 최근 접한 수많은 OST 중에 가장 인상적인 음악입니다.

트럼프 2기 시대, 세상은?

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도 계엄령을 통해 이 글이 적혀지는 현 상황도 사실상 내전상황입니다. 물론 이 영화처럼 폭력적인 상황까지 아니기에 냉내전? Cold civil war라고 해야 맞을 것 같네요.

 

정치적으로 어느 쪽인지는 모르나,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겪게 될 사회적 혼란이 어떠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우리가 지켜낸 이 현실 속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죠.

 

영화 속에도 주인공들이 한 마을에 도착해서 마치 타임루프를 통과한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 장면이 있습니다. 내전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내고 있는 어느 마을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에 대한 역설적 감사함.

 

이제 곧 미국은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지극히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으며, 영화를 찍기 전에 트럼프의 재 당선을 예상했을 거라 여겨지진 않지만 트럼프 1기 마지막에 벌어졌던 국회의사당 점령 사건을 보며 이런 내전으로 발전되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라는 고민이 느껴집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를 통한 정치집권이 이루어지고 양극화되는 세상으로 인해 정치적인 성향에서도 극단적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사실상 서로간에 총을 겨누지 않아도 내전과 비교될 정도의 대립적인 상황. 그러나 손쉽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 영화는 시각적인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영화 속의 몇몇 장면은 2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나치정부가 저질렀던 잔혹한 장면이 떠오를 만큼의 잔혹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상상이 현실이 될 때, 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영화는 트럼프 2기를 맞이하며 느끼는 극단적인 사회적인 대립에 대한 고민을 잘 드러냅니다.

 

총평, 무척 볼 만 한 영화

시의적절하다는 표현이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입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상황에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사실상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4명의 동료가 여행을 하는 로드무비이지만, 또 한 편으로 종군기자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영화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전쟁의 모습은 설득력있으며 블록버스트라고 불릴 만큼 현실적인 장면적 연출이 펼쳐집니다. 그러면서도 소소하게 폐허가 되어버린 미국의 모습들에서 잔잔한 공포감과 섬뜩함도 피어오르게 합니다.

 

영화, 영상, 그리고 구성 여러부분에서 훌륭하며, 마지막 결론은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의 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결론이지 않을까.

 

영화 속에 마지막 장면에서 조엘이 대통령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은 지금의 우리나라의 권력자 집단이 보여지는 실체를 잘 드러내는 모습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공화정을 살아가는 국민들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 일지를 알려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너무 쉽게 전쟁과 폭력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과연 그 모습이 진실로 어떠한지, 과연 내전의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총구와 칼날 앞에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답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무척 재밌습니다. 그리고 답답한 속이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간접적 체험도 느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