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oC의 전자음악 史 _ since 1992

9oC의 전자음악 역사 01. FM에서 MOD로

시스나인 2024. 11. 21. 17:26

최초에 전자음악은 그저 beep음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화음도 표현 가능합니다. 못 믿으시겠지만. 그러나, 9oC의 전자음악사는 단순히 전자음악의 기원을 찾아가기보다, 제 개인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기록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제가 알고 있는 전자음악의 기술적, 실용적 면을 적을 것입니다. 

 

1. MOD 음악과 스크림 트래커에 대해 (컴퓨터 음악의 발전사)

 

MOD음악은 '모듈음악'으로 불리우며 실상, 이 말의 약어이기도 하다. 기존의 beep음에서 한단계 발전한 F.M 사운드의 음악카드인 AdLib이 조금씩 보급되면서 기존과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컴퓨터로 구현 가능해졌었습니다. 캐나다의 애드립 사에서 1987년에 보급되었으며 거의 IBM 컴퓨터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AdLib 사운드 카드와 당시 작곡용 컴포져 프로그램 (출처 : 나무위키)

 

그러나 FM음원(주파수 변조 Frequency Modulation)의 한계가 있었으니, 신디사이즈를 통해 관악기와 현악기등을 표현 할 수 있었으나, 드럼 계열의 둔탁한 소리에는 취약했다는 것입니다. FM 음원은 사인파에 변주를 가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구현 하는 방식으로 파동을 발생시키는 오실레이터와 이것을 변조하는 여러 임펙트가 성능을 좌우했습니다.

 

아래 유튜브는 FM음원으로 만든, 당시 노래방 형식으로 유행했던 컴퓨터 음악입니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들으시면서 글을 계속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위에 영상음악은 꽤 잘만든 퀄리티랍니다. 이게 모두 FM 방식으로 주파수를 변조한 사운드폰트를 이용한 음악입니다.

 

이에 반하여 PCM( Pulse Code Modulatio )이라고 칭해지던 실제 아날로그 사운드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원음 그 자체였으며, 이것을 이용한 사운드폰트를 사용한 것이 바로 MOD 음악입니다.

 

지금 우리가 듣는 MP3 역시 PCM 방식이며 이것이 보다 진화하여 보더 고퀄리티로 표현이 가능해 진것입니다. 즉 해상도가 높아진 것이죠. 따라서 MOD에 사용되는 악기는 그 자체가 실제 악기를 녹음한 것이므로 FM 사운드보다 드럼 계열에서는 압도적으로 표현력이 좋았으며, 기타 베이스 등에 있어서도 FM 사운드보다 무게감을 가졌습니다.

사운드 블라스트 카드 (출처 : 나무위키)

 

싱가폴의 '사운드블라스트'라는 회사는 기존의 AdLib 카드 기술에 PCM 사운드를 표현가능하게 함으로 인해 목소리나 효과음에 있어서 보다 현실적인 구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결국 이 회사가 PC 시장의 사운드 표준이 됨)

 

여기서 구현가능한 채널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텔레비젼을 볼 때 1개 채널을 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채널이 많다는 것은 동시에 출력할 수 있는 사운드의 숫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요즘엔 이런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1개 채널에 모든 음악소리를 담아 낸 것이 바로 mp3 음원입니다. 하지만 과거 90년대 초기에는 용량과 녹음 퀄리티등의 문제로 소리가 섞일 수록 퀄리티가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한개 악기를 제대로 표현하면서 여러명의 연주자가 있는 방식이 더 나았습니다.

채널, 트랙은 한번에 얼마나 많은 차선을 보유했는지며, 같은 개념으로 전자음악에 쓰입니다.

 

이것이 PCM 채널이 2개, 4개 표현가능하다는 의미로 음악카드 판매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즉 채널이 PCM 채널이 4개면 쾅! 하는 폭발음과 삐용거리는 전자총 소리, "도망쳐" 하는 음성과 '슈웅' 하는 우주선 날아가는 소리가 동시에 출력이 가능했다는 것이죠. (동시출력이 핵심!)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에는 아직 IBM PC는 애드립 카드 역시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며, 짝퉁 카드가 조금씩 저가로 생산되면서 사운드 카드가 퍼져가던 시절입니다. (저도 옥소리라는 국내 전자회사의 카드를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당시 그 사운드의 충격은 가히 아마게돈 급이었습니다.) 

 

그러나, IBM 계열과 달리 당시 AMIGA라는 1985년 코모도어사가 만든 또다른 개인용컴퓨터는 IBM PC처럼 그래픽카드부터 사운드카드등을 추가로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ONE SET로 발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도입된 방식이 바로 MOD 음악입니다.

아미가 컴퓨터와 MOD 트래커

컴퓨터 음악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혁신적인 변화였던 MOD는 FM음원과 차원을 달리 했습니다. 채널이 4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모두 커버할 만큼 대단했으며, 유럽을 통해 보급율이 높았던 아미가 컴퓨터는 어쩌면 지금도 유로댄스나 전자음악쪽으로 앞서있는 유럽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Elysium' (1991) by Jester/Sanity (Volker Tripp)이 만드신 곡을 올려드립니다. 들으시면 글을 읽어보세요. 위에 올려드린 FM사운드와의 현격한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아미가 컴퓨터의 mod Tracker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FM 사운드 카드도 보급이 적었던 국내에서 MOD 음악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소수였습니다. 하지만 93년 혁신적인 데모 영상을 통해서 확산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컴퓨터 언어 중 가장 기계어에 가깝고 난이도가 높은 assembly 언어로 코딩한 컴퓨터 데모 대회가 유럽의 핀란드의 한 학교에서 열렸었고, 초기 개최였던 이듬해 1993년 충격에 가까운 컴퓨터 demo 영상인 컴퓨터 통신을 통해서 퍼지게 된 것이 바로 mod 음악이 알려진 계기였습니다. (아래쪽에 assembly 93 demo를 볼 수 있습니다.)

 

2. FUTURE CREW의 Scream Tracker 3.0

스크림 트래커는 퓨쳐크루라는 assembly 93에서 1등을 차지한 팀이, 데모 제작을 위해 아예 작곡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기존의 mod 음악이 4채널이 기본이었다면 16채널로 무려 4배나 기능적 향상을 가져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스크림 트래커 3.21 (출처 : 나무위키)

말하자면 밴드 음악이 오케스트라로 진화했다고 할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내에서 mod 음악을 접한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당시 국내는 IMS 파일이라는 FM 음원을 이용한 노래방 프로그램이 한참 유행하던 시절로, 그것만으로도 여러가지 기법을 이용해 원곡과 유사한 사운드를 만들려던 재야의 고수들이 많았었죠.

 

하지만 AdLib에서 제공하는 composer(이름자체가 작곡) 프로그램은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악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신디사이저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이게 뭐하는 프로그램인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composer를 통해 인생에서 처음 음악을 만들었던 것이 동방불패의 메인테마곡이었습니다. (너무 음악이 좋은데 들을 방법이 없어서 1주일동안 거의 노가다에 가까운 작업으로 겨우 완성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음악 초심자에게 해당되는 것일 겁니다. 신디사이저를 통해 전자음악을 접했던 분들이라면, 누워서 껌 먹기였을 수 있습니다. 

 

assembly 93 대회에서 1등을 획득했으며, 모든 영상이 assembly라는 가장 작성하기 어렵다는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Future Crew의 Second Reality입니다. 이런 프로그래밍 역량이 현재 실사와 같은 그래픽 발전의 디딤돌이 되었을 겁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스크림트래커 3이라는 새로운 트래커를 도입함으로써, 작은 용량으로도 그 당시 엄청난 사운드를 구현하는 진일보를 이루었던 데모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게임제작의 여러가지 tool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리얼 엔진, 유니티 같은 것들이죠. 이런 게임 엔진이 개발됨으로써 제작자들은 훨씬 손쉽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음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여러가지 작곡 프로그램들이 사용되지만, VST( Virtual Studio Technology )라는 사운드 폰트가 도입됨으로 인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원음에 가까운 전자음악이 구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개념이 플렛폼을 위주로 시작되던 초창기 시절의 모습, 여러가지 표준들이 정립되어가던 시절. 지금보면 헛웃음이 날 수준이었으나, 93년 당시 Assembly 대회는 아마츄어들의 자기 자랑이기도 했으나, 오늘날 발전된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의 토대가 되는 인력pool들의 놀이터였죠.

 

참고로 이때 작곡을 담당했던 '퍼플모션' 이란 닉네임을 썼던 핀란드의 아마츄어 작곡가는 이후 프로로써 여러 영화음악에 참여하셨죠. 당시 나이가 고등학생 정도였다니,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다음은 전자음악의 변방인 한국, 거기서도 더 변방인 저의 고향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제야고수와의 만남을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