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FM음악과 MOD음악(PCM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조금은 저 개인적인 경험이 훨씬 강조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저는 1993년 즈음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자음악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먼저 그 이야기를 조금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은 과거 유머1번지에서 심형래 씨가 배꼽 빠지게 했던 '변방의 북소리'로 잡아보았습니다. 아실 분들은 알 거라고 믿고~
3. 신디사이져 ( Synthesizer )
전자음악에 있어서 대표적인 용어이자 악기가 바로 신시사이저일 겁니다. 보통 이걸 키보드라고도 부르죠. 컴퓨터 자판과 혼돈되기도 하는데, 정확히 키보드는 신디사이즈에 달려 있는 입력도구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에서 키보드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죠)
정확히 어디부터 전자음악이라고 지칭하는 데는 여러 이견이 있지만, 확실한 건 19세기인 1800년 후반부터라는 것은 정설입니다. 나무위키등을 보면 1897년 Telharmonium이라는 가산합성방식의 악기가 최초의 전자악기로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20세기에 진공관이 발명되면서 1920년에 Theremin이라는 전자악기가 등장합니다. 아래 유튜브 링크를 통해서 테리민을 이용한 over the rainbow 연주를 한번 들어보시죠.
이처럼 생각보다 전자음악의 역사는 뿌리가 깊습니다. 신디사이즈는 보통 줄여서 synth (신스)라고 불리며 악기 분류체계에서도 신스계열로 지칭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string과 같은 현악기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아날로그와는 다른 뭔가 몽환적이고 기계적인 여러 느낌의 복합체죠. 앞서 FM 사운드가 마치 BEEP음을 다음 세대의 오래된 방식으로 생각되시겠지만, 사실은 여전히 F.M 방식의 음원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훨씬 더 깔끔해지고, 오실레이터(발진기)를 통해 여러 주파수가 출력되어 각기 다른 임팩트를 먹여 합성함으로써 수많은 변주가 가능한 방식입니다. 결국 리얼 사운드를 녹음해서 그것을 발진기로 이용하는 PCM 방식도 Source(소스)가 되는 원재료일 뿐.
결국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합성 및 응용하고 변조시키는 것인가? 이게 핵심입니다. 신시사이저는 퍼스널 컴퓨터가 나오기 이전부터 존재했었고, 현재의 컴퓨터 음악은 이런 전문적인 신시사이저라는 장비를 컴퓨터 안으로 가져온 것이죠.
VST 역시 바로 그러한 신시사이저, 믹싱, 컴프레셔, 에코 등등의 여러 임팩트를 Computer로 가져온 것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컴퓨터가 뭔가요? 안드로이드 로봇은 컴퓨터가 아닌가요?
사실상, 전자기기가 컴퓨터라 부를 수 있는 것이겠죠. 과거에는 독립적이었다면, 이제 모든 것은 중앙집권화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이렇듯 중앙에는 여러 정보들과 기술들이 모여듭니다. 음악 역시 그러하죠. 문화란 결국 그것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공유되고 발전됩니다.
아름다운 대자연 덕분에 많은 예술가가 나왔다는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음악은 그런 것과의 상관관계를 찾기보다, 정보가 더 중요합니다. 기술적 접근 때문이죠. 하지만, 또 아주 무관하지도 않겠죠?
결국 음악이란 인문학적인 부분이지, 수학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이상'이라는 걸쭉한 세계적인 음악가의 도시 '통영'으로 한번 가볼까 합니다.
4. '충무'라는 변방에서
'윤이상 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은 사실 그분의 고향이 아닙니다. 사실은 '산청' 분이시죠. 동의보감의 '허준' 어의의 스승이었던 '유의태' 선생이 활동했던 곳. 지리산을 낀 산청도 요즘에야 교통이 좋아서 그렇지 어디 출신인지에 따라서 차이가 확 납니다.
윤이상 선생님은 산청읍에서 으마으마한 산을 하나 넘어야 되는 '시천면' 출신으로 진주와 하동, 산청읍의 중간쯤에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지리산에 품어진 곳이죠. 그러나 사실상 3년 정도만 사셨고 부모님이 통영으로 이주하셔서 결국 윤이상 선생님은 통영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하셨답니다.
그러나 통영에서 음악활동을 하신 건 아니시죠. 그가 이름을 날리셨던 것은 어디까지나 '독일'이셨습니다. 그런데 통영, 과거에는 '충무'라 불리던 시절. 뭔가 작곡가가 나올만한 사회적 자원이 있었던 걸까요?
글쎄요?...

일단 충무는 중앙에서 한참 떨어진 그야말로 남쪽의 변방입니다. 유배지로 유명한 거제도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여러 관광자원 (케이블카, 동피랑, 드라마 촬영지)으로 인해 널리 알렸지만, 세기말이던 90년대에는 '충무김밥' 외에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1950년대 초에 경상남도의 4개 시중에 하나였지만 (부산, 진주, 마산, 충무) 40년이 지난 1990년에 충무는 그 역사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존재감을 가졌을 뿐이죠.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같은 문인들과도 인연이 깊지만, 내밀히 따져보면 결국 성장하면서 진주, 부산, 서울로 떠나야 했던 곳이죠. (실제로도 그러하고)
제가 기억하는 충무에 알릴만한 문화는 '한산대첩' 정도, 국풍 81로 유명해진 '충무김밥'이 전부였습니다. 그냥 문방구에서 팔던 꿀빵이 어쩌다 통영의 특산품이 되었을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과거 충무는 육교가 없었습니다. (즉 넓은 도로가 없었다는 뜻), 기차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없습니다), 롯데리아가 1개밖에 없었습니다. (맥도널드는 뉴욕과 같은 존재. 들어는 봤지만 가 본 적 없는)
여담이지만 부산에서 북쪽에 위치한 나름 변두리라고 알려진 '반송'에 갔을 때, 거기에 롯데리아가 3개가 있고, 맥도널드가 1개 던가, 아무튼 그거보고 조금 충격 먹었답니다.
국민학교 시절, TV에서 만화영화 광고를 하면, 한 2달 정도 지나야, 충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 같은데 누가 한번 갔다 오면, 그야말로 진위확인 불가한 허세의 스토리에 눈을 초롱초롱 뜨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1990년 초 고교시절, 학교에 '오멘'이란 영화를 누군가 다른 곳에서 보고 어찌나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던지. 학교 내에 666이니, 악마의 이야기니 등등... 살 만 붙이는 게 아니라 지방에다가 꽃장식을 해서 이게 나중에는 영화이야기인지, 진짜 세계의 미스터리인지 헛갈리는 단계까지 왔었더랬죠.
거의 뭐 확인 불가라서, 듣는 족족 믿을 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 상당수 확대 재생산되었음을 느낍니다. 그만큼 이미 서울에서 유행이 한참 지난 문화를 접했고, 그마저도 전해지지 않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오로지 TV만이 문화를 공정한 속도와 공평한 양으로 제공할 뿐이었죠.
전자음악 이야기하다가 너무 산으로 갔나요? '야호!' 한 번 하고 이제 아래를 좀 내려다보도록 하죠.

컴퓨터는 어땠을까요? 일단 1990년대 초에는 하이텔, 천리안과 같은 컴퓨터 통신이 조금씩 확산되던 시기입니다. 오로지 전화를 이용한 모뎀을 통해 통신이 가능했죠.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모뎀을 사용할 때는 계속 통화 중이 되므로 '충돌'의 불씨가 될 다량의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비가 나오는 순간!!! 이는 물리적으로 행사되었죠.
이 통신 연결음은 '서태지'의 '인터넷 전쟁'이란 곡에서도 그대로 사용될 만큼 90년대를 지배하던 거대한 문화혁명의 줄기였습니다. 이 마저도 접속이 잘 안 될 경우에는 시외전화를 통해서 타 지역을 통해 접속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시외 전화비를 생각한다면, 감히 저로썬 상상치도 못할 자본의 힘!. 그렇게 인터넷 속에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텍스트화된 정보도 있었지만, 파일로 창출된 정보, 특히 1993년은 386과 486이 공존하며 PC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컬러모니터를 개인이 보유한 CASE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그린 CRT 모니터를 사용했었습니다. 저 역시 대학교 컴퓨터 동아리에서 처음 컬러모니터의 컴퓨터를 만졌습니다. 그만큼 여러모로 과도기의 시대.
그리고 또 하나 대한민국에 '노래방'이라는 열풍이 시작되던 해였습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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